사랑의 시 한 편
작은 연가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사랑의 아포리즘>
눈과 눈이 마주칠 때
사랑은 환희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끝난다. 인생이 탄생의 축복으로 시작해서 죽음의 비탄으로 종말을 고하듯이. 너와 내가 밝히는 ‘꽃초롱’이란 사랑의 이름도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그 어느 누구도 불러줄 사람이 없다. 다만 어두운 하늘에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별’만 꽃초롱처럼 빛을 밝힐 뿐이다.
-사랑은 너와 내가 눈을 마주쳐 불을 밝히는 일이다. 눈과 눈이 마주칠 때 그 불은 비로소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떠오른다. 한 순간 밤하늘의 별과 눈을 마주칠 때, 그 별이 의미 있는 빛으로 내게 다가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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