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과 무생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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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1.03.24 1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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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광대한 우주의 마크로 세상을 말한 것이라면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는 극미세 나노의 마이크로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동물실험을 통해 생명의 신비, 즉 세포와 유전자, 그들이 갖는 형질의 특성에 대해 평생을 연구해온 한 일본 생물학자의 집념과 깨달음에 관한 책이다. 생명의 실체를 쪼개고 또 쪼개서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밝히고자 하는 그의 연구는 마침내 철학자의 영역과 일치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서 우리는 인간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생명은 유전자 DNA의 복합체로 끊임없는 자기복제를 통해 동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동적인 평형상태라는 말은 끊임없는 움직임과 흐름으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세포가 분열하고 피가 돌고 장기가 움직이고 그러면서 더 깊은 곳인 유전자의 세계도 움직이면서 새로운 물질을 받아들이고 쓰고 남은 물질은 배출하는 쉼 없는 상태인 것이다. 쉼 없이 돌아가는 생명의 순환과 신진대사 속에서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머리털도 손톱도 피도 피부도 계속 바뀌고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유전자인 DNA에는 단 4개의 구성단위(정보문자/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4개의 요소가 상호 복합 연결하여 수억 개의 형질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우리 몸을 구성하게 된다. 인체의 구조는 그야말로 우주와 하나라는 말이 다르지 않다. 불교의 인다라망과 우주의 별들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것이 우리 몸이다. 세상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오랜 연구 생활 끝에 그가 깨달은 것은 그가 어렸을 소년 시절에 개울과 숲속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미 다 깨달은 것들이었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생명의 경외를 넘어 허무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옥수수연구에 평생을 바쳤던 이블린 폭스 켈러의 <생명의 느낌>을 생각나게 한다. 두 책에서 내리는 결론은 ‘결국 우리가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을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다.’ 라는 것으로 귀결한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후쿠오카 신이치/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