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 편
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사랑은
눈멀고
귀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사랑의 아포리즘>
사랑은 은유법이다
사랑은 이 지구상에서 한 이름 없는 존재인 내가 변하여 그대의 ‘별이 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빛나는 존재가 되었을 때, 그대 또한 나를 향해 눈을 뜨고 귀를 연다.
사랑은 곧 ‘A는 B다’라고 하는 은유법이다. ‘사랑’이라는 말 다음에 이 세상 어떤 언어를 갖다 붙여도 다 멋있는 비유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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