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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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하는 것’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1.02.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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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상담전문가 예현숙 박사

 

‘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하는 것’중에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기우시나요? 동화 중에 왕궁에서 쫓겨난 백설공주는 우연히 등장한 왕자와 사랑에 빠집니다.

숲속의 잠자는 공주 등 비슷한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에 많은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우리 본성의 한 측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기애적인 요소가 있는 우리는 낭만적인 사랑에 빠지는 걸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누군가와 황홀한 사랑에 빠지고, 누군가 나를 열정적으로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꿈이 있는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신이나 여신으로 보여요

그리스 신화 중 사랑의 신 에로스와 미녀 프시케 역시 홀연히 사랑에 빠집니다. 에로스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프시케를 저주하러 내려왔다가 가지고 있던 사랑의 화살에 자기 손을 찔려서 프시케와 사랑에 빠지게 되죠.

미국의 정신분석가 제임스 존슨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상태를 초인간적인 체험이라고 말합니다. 존슨이 말했듯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신이나 여신으로 보이게 됩니다. 마치 사랑의 독이 몸에 퍼진 듯 일상을 이끌어가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의식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죠.

 

신과 여신이 경멸의 대상으로 바뀌어 갈 때

하지만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히 지속할 거 같지만 사실은 지속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마치 자석에 끌린 듯 사랑에 눈이 먼 사람들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지만 강렬한 사랑의 감정은 슬프게도 어느덧 식어버리고, 신과 여신은 별거 아닌 사람 심지어 경멸의 대상으로 바뀌어 가기도 합니다. 결혼 후 3년 안에 이혼이 많은데는 이런 이유가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서 보면 30대 이혼율이 가장 높습니다. 이들이 이혼을 쉽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잘 맞는 대상이 어느 곳에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적으로는 아니라고 부정하겠지만 사실은 무의식 속 원형적인 요소가 그런 환상을 가지게 하는 겁니다.

 

 

열정적 사랑도 3년이면 바람이 빠져요

한편 세상에는 사랑에 빠지는 낭만적인 스토리만 있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스토리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아진 것은 서구의 영향으로 개인주의적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사실 몇몇 소수의 나라를 빼고 서구에서 이혼율이 높았던 때는 80년대까지의 일입니다. 요즘은 오히려 이혼의 폐해가 후손들 2, 3대까지 심각하다는 인식하에 법원에서도 이혼을 쉽게 인정해 주지 않는 추세입니다.

이것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졌다가 좀 시들해지더라도 계속 ‘사랑하는 것’의 가치와 당위성을 웅변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에 빠졌던 감정이 3년 정도 만에 사라지는 건 그런 사랑이 인간의 삶을 정말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는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대상이 어느 날부터인가 종종 실망스러워지게 되면 권태기를 겪기 쉽습니다. 이럴 때 마음 한구석에선 다시 진하고 영원한 사랑을 원하기도 합니다.

 

 나를 바꿀 때 진정한 사랑이 보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하는 사랑은 꿈꾸는 듯한 사랑이 아니라 나를 바꾸어야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나를 어떻게 바꾸어야 한단 말입니까? 상대에게 내 것을 투사하는 일을 멈춰야 가능합니다. 투사하게 되면 상대의 참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향한 비난은 나의 투사의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내가 겪는 권태감의 원인이 온통 상대에게 있다고 돌리는 것이죠. 그와 그녀는 하늘에서 보낸 나의 신과 여신일 수 있음에도 보지 못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