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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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1.01.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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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 한 편

  편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사랑의 아포리즘>

-세상 모든 것의 존재 이유

사랑은 보낼 수 없는 곳에 그 무엇인가를 보내는 것이다. ‘편지를 부칠’ 수 없는 곳에 글씨조차 쓰지 않고 그 무엇인가를 띄워 보내는 것이다. ‘눈이 아니 온다기에’ 편지 봉투에 ‘눈을 한 줌 넣어’ 보내는 마음, 그것보다 더 간절한 사랑의 메시지가 또 있을까?

사랑하는 마음은 이 세상 모든 것을 그대에게 주고 싶어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과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 그대와 아주 긴밀하게, 틈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밀착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의 존재 이유는 바로 그대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대로부터 생명의 씨앗이 움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