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 편
편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사랑의 아포리즘>
-세상 모든 것의 존재 이유
사랑은 보낼 수 없는 곳에 그 무엇인가를 보내는 것이다. ‘편지를 부칠’ 수 없는 곳에 글씨조차 쓰지 않고 그 무엇인가를 띄워 보내는 것이다. ‘눈이 아니 온다기에’ 편지 봉투에 ‘눈을 한 줌 넣어’ 보내는 마음, 그것보다 더 간절한 사랑의 메시지가 또 있을까?
사랑하는 마음은 이 세상 모든 것을 그대에게 주고 싶어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과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 그대와 아주 긴밀하게, 틈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밀착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의 존재 이유는 바로 그대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대로부터 생명의 씨앗이 움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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