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면서(郊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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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면서(郊居)
  • 曠坡 先生
  • 승인 2021.01.1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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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시골에 살면서(郊居)

 

문심루원설(門深樓院雪)/문을 지나 깊이 들어가니 다락집에 눈이 쌓여

계전도봉음(溪轉道峰陰)/시냇물 굽이쳐 흐르는 길에 드리운 산 그림자

야로한여록(野老閒如鹿)/시골 사는 노인의 한가함 마치 사슴과도 같아

일고방출림(日高方出林)/해가 높이 솟은 뒤에 바야흐로 숲에서 나오네

 

*한가로운 겨울 풍경

조선 시대 정조 때의 문사 김시모(金時模)의 시입니다.

1구와 2구는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시골집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대문을 지나 깊이 걸어 들어가면, 거기 다락 같은 집 지붕 위에 눈이 덮여 있습니다. 그 앞으로는 시냇물이 흐르는데, 물이 흐르다 멈춘 웅덩이에 산 그림자가 잠겨 있습니다.

3구와 4구에서 시인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자연 속으로 등장합니다. 사슴처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해가 높이 솟은 뒤에야 숲길을 벗어나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에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시인은 머리가 하얗게 세어서 다락 같은 집 지붕에 얹힌 눈과 제격으로 아우러질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의 그림으로 일치하는 순간입니다.

겨울 해는 짧지만, 시골에 살면서 한가로움을 만끽하는 노시인의 삶에서는 은은한 향기까지도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