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시 코르차크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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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시 코르차크의 아이들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1.01.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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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아이들에 관한 참 좋은 책. 아이들은 아직 자라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사회적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감시되고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어른들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를 알려주는 폴란드 작가의 책이다.

우리가 아동 인권에 눈을 돌려야 하고 아동을 보는 시각을 새로 가져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사람은 아동의 시기를 거쳐왔으므로 대개는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바로 야누시 코르차크의 이런 가르침 때문이다. 사회운동하는 사람들도 이제 환경운동을 넘어 남은 관심 분야는 아동의 인권 문제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사실 얼마나 그들의 삶이 외면되고 무시당해 왔던가? 오로지 내일만을 위해 모든 삶을 미루기만 했던 아이들, 그들의 삶에는 현재는 없고 미래를 위한 준비만이 있을 뿐이다. 인생의 시간은 현재밖에 없다는 말은 아이들에게도 같다. 생명이라는 것은 어느 시기가 되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매 순간 의미가 있다. 당연히 아이들의 인생 또한 모든 현재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의 근본을 지킬 때 아동 인권의 첫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것이 무슨 생명체의 완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의 시기는 오히려 편견과 거짓과 위선이 가득한 시간이다. 아이들의 시간을 그런 부정한 시간을 위해 유보하고 미룬다는 것은 그야말로 생명에 대한 자세가 아니다. 코르차크는 이미 오래전에 이걸 말하고 있다. 짧은 시나 경구처럼 작성된 이 책은 한 장 한마디가 모두 아포리즘이다. 어린이에 관한 얘기를 더 길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그가 쓴 몇 마디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 못하다. 그의 어린이에 대한 생각으로 들어가 보자.

-아이를 기르고 가르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아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어린이는 미래를 살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언젠가는’, ‘지금이 아닌 내일’의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는 비밀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호소든 협박이든 비밀을 알아내려는 노력은 나쁩니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미래의 주인으로서 부여받은 의무를 강요하지만, 오늘의 주인으로서 누릴 권리는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지각능력에 놀랄 때가 많은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들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아이가 어른과 다른 점은 단 하나,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뿐입니다. 생계를 의존해야 하므로 어른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받고 있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유리한 패를 쥐고 어린이와 카드놀이를 합니다.

-왜 활기 없는 얼굴과 주름진 이마, 흰머리와 구부정한 허리만 존경받아야 하나요? 해돋이와 해넘이가 똑같이 아름답고 아침기도와 저녁기도가 똑같이 소중한데 말입니다.

-아이에 대한 당신의 사랑은 대가를 돌려받기 위해 베푸는 것인가요?

-지금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미소를 선물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이미 늦습니다.

-세상에는 끔찍한 일이 많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가 부모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한 점의 먼지에서 태어났지만, 그 안에는 신이 들어와 계십니다.

-어린이는 한 장의 양피지의 상형문자 같아서, 그중에서 당신이 해독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기를 마음대로 하게 두세요. 아기에게 걸음마를 시키기에 적당한 때는 언제인가요? 아이가 걷기 시작할 때입니다. 언제 이를 빼줘야 하나요? 이가 빠질 때입니다. 아기는 몇 시간 동안 재워야 하나요? 아기가 자고 싶은 만큼입니다.

-교사는 어른의 특권을 차지하고는 자신을 다스리기는 포기하고 아이들을 감시합니다. 아이들의 잘못은 꼼꼼히 기록하면서 자기 잘못은 무시합니다.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차이를 싫어하고, 생각하고 들여다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는 다양성을 불편해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인류라며 책임감은 잔뜩 부여하면서, 오늘의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날을 내다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앞날에 대한 갈망 섞인 기대가 종종 현재에 대한 생각을 왜곡합니다.

-몇 시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자야 하는지를 적어놓은 생활계획표는 말 그대로 바보짓입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원칙은 부모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이상하게 변질한 것입니다.

-국방비가 교육비보다 많이 지출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바보는 아이들보다 어른 중에 훨씬 더 많습니다.

야누시 코르차크는 말한다.

“사회를 개혁하려면 먼저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어떠한 대의명분도, 어떠한 혁명도 아이들이 행복해질 권리를 빼앗아도 될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전쟁 이전에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매 순간은 그 나름대로 소중하며, 아이들이 어떻게 될 것이기 때문에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대로 존중해주어야 한다.”

책의 끝부분에는 아동 인권에 대한 코르차크의 핵심적인 내용 18개가 소개되어 있다. 어른들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내용이다. 폴란드 유대인 출신인 코르차크는 아우슈비츠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 죽음의 대열에 섬으로써 아이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한 성자다. 그의 몸은 불에 태워졌지만, 그의 뜻은 세계로 퍼져 나갔고 사상은 불멸이 되었다.

야누시 코르차크의 아이들/야누시 코르차크/양철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