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당신 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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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당신 왜 그랬어?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0.12.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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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전문가 예현숙 박사

 

얼마 전 TV에서 이혼한 배우 선우은숙 씨와 이영하 씨가 다시 만나는 프로그램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이혼 후에도 명절이나 생일 때 출가한 자녀 부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답니다. 이혼하게 된 배경은 잘 모르지만, 다행히 두 사람의 감정이 크게 망가져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그런 사이는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세간에는 이들의 재결합에 관심이 있는 거 같고, 저 역시 기대하면서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첫날밤 새벽 3시에 들어온 남편

그들은 각자 운전하여 청평의 어느 전원주택에서 만났습니다. 주방 테이블에 마주 앉자마자 선우은숙 씨는 ‘그때 당신 왜 그랬어?’라며 궁금증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신혼 때부터 그녀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꽤 많았던 거 같습니다. 그녀의 입을 통해서 알게 된 건 전남편 이영하 씨는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사람이고, 선우은숙 씨는 분명하면서도 섬세한 여성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톱스타였던 이영하 씨는 일정이 바쁜 나머지 신혼여행은 딱 1박 2일만 가능했답니다. 그런 하룻밤을 신부를 방에 놔둔 채 찾아온 고향 친구들과 술 마시고 새벽 3시경에 들어왔다고 하네요. 한껏 낭만적인 기대에 부풀었던 23살의 신부는 커다란 실망을 했겠지요. 그런 식으로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이영하 씨의 행동이 선우은숙 씨 마음에 불만을 안겨준 적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그러한 결혼생활이 결코 수월할 리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현재 60세 무렵이 된 그녀의 30여 년 전은 요즘과 달리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우대받는 일은 적었고, 남편의 일방성이 통하던 시대였습니다. 선우은숙 씨는 그렇게 마음 한구석에 쌓여있는 전 남편과의 서운함을 이번 기회를 통해 위로받고 싶은 심정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혼 후 13년이나 지났으니 전 남편이 좀 변했을 거라는 기대도 한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가 깨달은 점은 자기중심적인 그의 모습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한참 둘이 이야기하는 도중 곤란한 상황이 생기자 이영하 씨는 돌연 둘 사이에 친구를 불러들여 앉혔습니다. 그날도 그녀는 방에서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신혼 시절, 이영하 씨가 어떤 여후배에게 과하다고 할 만큼 친절을 베푸는 모습을 보고, 선우은숙 씨는 서운함이 컸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속내를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그는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역력했습니다. 그는 얼굴이 발개지도록 술을 마신 상태였는데, ‘나는 그 후배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그 후배는 당시 애인이 있었다.’라는 자기변호만을 했습니다. 선우은숙 씨는 내가 싫어하는 그 여후배를 계속 챙기는 건 아내인 나를 배려하지 못한 처사가 아니냐고 따졌을 때 이영하 씨가 친구를 방으로 불러드린 겁니다.

 

 엇박자가 생긴 이유는?

이영하 씨는 약간의 자기변명과 그 상황을 피하려고 할 뿐, 선우은숙 씨의 충분히 서운했을 마음에 어떤 공감도 하지 않습니다. 선우은숙 씨는 소통 좀 해 보려다가 오히려 불꽃이 튈 수도 있는 아슬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영하 씨는 어째서 따져 묻는 선우은숙 씨에게 공감하지 않은 걸까요? 과거의 일이 별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여겼을까요?

그는 과거의 껄끄러운 이야기 대신, 단지 그녀와 좋은 추억을 만드는 데 시간을 사용하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청평의 이름난 식당으로 전 아내를 안내하고, 식당 밖 운치 있는 벤치에 앉아서 시를 낭독해 주는 등 나름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전의 서운함이 그날도 여전히 이어지는 것 같은 답답함에 전 남편의 이런 노력에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의 기분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봅시다. 그날 드러난 두 사람의 모습에서 생긴 엇박자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상대가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자기의 입장으로만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이 두 사람 모두에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결혼생활에서 이영하 씨는 배우자보다 친구, 여성 후배에게 더 친절한 듯이 행동했다는 오해를 받을만했습니다. 그 태도는 어쩌면 애정과 별개로 남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태도입니다만 선우은숙 씨로서는 그 점이 서운해서 따집니다. 하지만 따지는 행위는 상대를 방어하게 만듦으로 지양해야 하는 태도입니다. 문제해결은커녕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는 것이죠.

 

 

 공감의 능력을 키우세요

이날 이영하 씨가 변명과 동시에 선우은숙 씨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선우은숙 씨는 “당신 그때 왜 그랬어?”와 같이 그의 행동의 동기를 질문하는 데 그치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면 어땠을까요? 어떤 서운한 감정에 갇히면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따지게 됩니다.

우리가 소통에 실패하는 것은 바로 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처지에서만 상대를 본다는 점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 상대의 말을 잘 듣고 공감한다면 어떨 거 같으세요? 아무쪼록 그 두 사람의 마음이 잘 연결되어 재결합에 성공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