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뒤(雪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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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뒤(雪後)
  • 曠坡 先生
  • 승인 2020.12.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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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눈 내린 뒤(雪後)

 

납설고촌적미소(臘雪孤村積未消)/외딴 마을 섣달 눈이 쌓인 채 녹지 않네

시문수긍위상고(柴門誰肯爲相敲)/그 누가 있어 사립문을 즐겁게 두드리랴

야래홀유청향동(夜來忽有淸香動)/밤이 되어 홀연히 맑은 향기가 진동하니

지방한매제기초(知放寒梅第幾梢)/가지 끝에 매화꽃 피어난 것을 알겠노라

 

 

*눈 속의 매화

조선 초기의 학자 유방선(柳方善)의 시입니다.

눈이 쌓인 한적한 마을의 밤 풍경을 시각과 후각 이미지를 활용하여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1구의 눈이 시각적 효과를, 3구의 향기가 후각의 이미지로 결합하여 4구에서 눈 속의 가지 끝에 매화꽃이 피어나게 하고 있습니다.

흰 눈이 덮인 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매화야말로 한겨울의 백미입니다. 눈꽃 속에서 향기를 내뿜는 매화꽃은 마치 꽃 속에서 꽃이 피어나는 형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때 눈은 끄름을 맑게 닦아놓은 등피가 되어 바람으로부터 매화의 불꽃을 보호하고 있는 듯합니다.

겨울의 풍경은 눈과 매화가 있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