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冬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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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冬夜)
  • 曠坡 先生
  • 승인 2020.12.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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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겨울밤(冬夜)

 

공당야심냉(空堂夜深冷)/텅 빈 집 밤 깊으니 더욱 썰렁하여

욕소정중상(欲掃庭中霜)/뜰 가운데 내린 서리나 쓸어보려다

소상난소월(掃霜難掃月)/서리는 쓸겠는데 달빛 쓸기 어려워

유취반명광(留取伴明光)/밝은 빛 어우러지게 내버려 두었네

 

 

*초겨울의 밤 풍경

중국 청나라 때의 시인 황경인(黃景仁)의 시입니다. 홍량길(洪亮吉), 손성연(孫星衍), 조회옥(趙懷玉), 양륜(楊倫), 여성원(呂星垣), 서서수(徐書受)와 더불어 ‘비릉칠자(毗陵七子)’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비릉’은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상주시(常州市)를 이르는 수나라 때의 지명입니다.

잠을 못 이루는 심야에 서리 내리는 초겨울의 밤 풍경을, 시인은 자신의 외로움에 빗대어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하얗게 서리가 내린 뜰에 달빛이 더욱 밝으니, 썰렁하게 빈 공간이 마음마저 허전하게 만듭니다.

서리를 쓸겠다는 의지는 마음의 쓸쓸함을 달래보겠다는 심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밝은 달빛을 쓸기 어려우니,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시인이 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시인은 서리와 달빛의 밝음에서 겨울밤의 아름다운 정경을 읊고 있는 것입니다.

텅 빈 집과 뜰은 시인이 소유한 공간이고, 서리와 달빛은 인위가 아닌 자연의 이치로 두 이미지가 크게 나뉘고 있습니다. 시인도 어찌할 수 없는 자연 앞에서 차라리 그 자신도 자연과 일부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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