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사랑한 정원 석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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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사랑한 정원 석파정
  • 박성호 기자
  • 승인 2020.11.24 11:5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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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석파정 탐방기

 

도심 속 비밀의 정원 석파정(石坡亭).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으로 흥선대원군의 별서이자 고종의 임시 거처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부암동 서울미술관 1층에서 입장권을 구매하고 3층으로 올라가면 정원과 이어져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 바로 비밀의 정원이 열린다. 우측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미술관 잔디밭 옥상에 만든 조형물과 담 넘어 멀리 북악산을 볼 수 있다.

 

안채 담벼락과 나지막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고종이 머물렀던 별채가 나온다. 별채는 사랑채 위쪽에 있어서 부암동 주변 일대와 멀리 후암동 일대를 볼 수 있다. 마루에 앉으면 북악산 봉우리와 인왕산 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이다.

 

별채 뒤편 문을 통해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을 따라 걷는다. 주변에 대나무 숲을 만나는데 서울에서 이런 대나무 숲을 보기는 쉽지 않다. 대나무와 단풍나무들 사이로 석파정 가장 높은 곳에는 코끼리 바위라 불릴 정도로 웅장한 너럭바위가 위용을 자랑한다. 너럭바위에 새겨진 ‘소수운렴암(巢水雲濂菴)’은 ‘물을 품고 구름이 발을 치는 집’이라고 표현해 왔다. 이곳의 자연 풍경과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거나 시로 노래한 선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너럭바위 광장에 흩어진 낙엽을 쓸어모아 대형 하트를 만들어 놓았다.

 

지나는 연인과 어린아이들이 잠시 쉬어가는 놀이터가 된 광장을 지나면 예전부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여 붙여진 소원바위가 나온다. 낙엽 흩날리는 광장을 지나 단풍 우거진 숲속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정자를 만날 수 있다.

앞에는 물이 흐르고 주변은 단풍 숲 우거진 나무와 낙엽 쌓인 계곡을 바라보며 정자에 걸터앉아 깊어 가는 가을을 돌아본다. 석파정 포토존 중 하나인 유수성증관풍루라는 이 정자는 기와 대신 동판을 덮는 서양식 건축 기법과 청나라의 공예기법이 사용된 기둥 덕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구한말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 된 조선 땅에서 며느리(명성황후)와 펼치던 치열한 세력 다툼의 시름을 대원군은 이곳 정자에서 풀었으리라. 푹신한 낙엽을 밟으며 걷다가 석파정 안채 사랑채 별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쉼터에서 석파정을 사진에 담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쉼터를 지나면 삼층석탑에 다다르게 된다. 이 석탑은 경주 개인 소유지에서 발굴되어 석탑으로 재조립한 후 2012년 석파정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통일신라 시대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름다운 정원을 다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만나는 미술관 M2 관은 무료다. 석파정의 유래와 미술관 개관과정, 석파정의 관리 등을 자세히 설명하여 놓았다. 검색창에도 안 나오는 도록으로 잘 표현해 놓았으니 M2 관은 꼭 들러 보아야 한다. 기자가 탐방한 날은 이중섭 기획전을 하고 있었다.

석파정 전체 탐방은 빠른 걸음으로 1시간 20여 분 코스지만, 차분히 음미하려면 여유 있게 시간을 조정하면 좋겠다. 입장료는 어른, 아이 구분 없이 5,000원이다. 미리 예매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