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좋다
녹채(鹿砦)
일석견한산(日夕見寒山)/해질 무렵 찬 기운의 산을 보고
편위독왕객(便爲獨往客)/객이 홀로 가니 마음이 한가롭다
부지송림사(不知松林事)/소나무 숲속의 일은 알지 못하나
단유균가적(但有麏麚跡)/단지 사슴의 발자취만 남아 있네
*깊어가는 가을
중국 당나라의 대표적인 시인 왕유(王維)의 친구인 배적(裵迪)의 시입니다. ‘시불(詩佛)’이라 불렸던 왕유는 당시 명승지 스무 군데를 즐겨 찾아 오언절구를 지었는데, 그 시들이 『망천집(輞川集)』에 실려 있습니다. 배적의 ‘녹채’는 바로 왕유의 『망천집』에 화답하는 시입니다. 이 시집에 왕유는 ‘녹채’라는 시가 실려 있는데, 배적이 그 시를 보고 화답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왕유에 비하면 배적은 시를 많이 쓰지는 않아 현재 29수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녹채’는 사슴 울짱을 말하는데, 가을이 깊어가는 산속의 풍경이 저절로 그려지는 시입니다.
심한 늦가을, 저녁 해가 질 무렵 산은 사늘하게 식어갑니다. 나그네 하나 그 산으로 들어서니, 소나무 숲에 사슴의 발자취만 쓸쓸하게 남아 있습니다. 가을의 깊이, 진정으로 그 맛을 느낄 수 있다면 그가 바로 시인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Tag
##한시 #왕유 #배적
저작권자 © 종로마을 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