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정성, 향긋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밀과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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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정성, 향긋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밀과 보리'
  • 이영재 기자
  • 승인 2019.11.12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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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북촌의 대표 맛집 '밀과 보리'를 가다

찬바람이 코끝을 시리게 하는 요즘, 낙엽이 지는 종로에 가고 싶은 날이면 발걸음을 옮겨 봐도 후회하지 않을 곳이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를 걷다 보면 정겨운 거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다양한 식당들 사이, ‘밀과 보리’라는 따스한 우리말 간판이 눈길을 끈다. 식당의 이름만 봐도 무척이나 건강한 음식을 팔 것 같은 느낌이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우리의 옛 정취, 벽에 있는 소소한 낙서들과 사진들, 곤드레의 향긋한 내음과 칼국수의 시원한 향까지 기자를 반기는 듯했다. 너무도 매력적인 종로의 맛집, ‘밀과 보리’를 운영하는 사장님과 인터뷰를 통해 이곳에 빠져들어 보았다.

 

 

사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개 좀 부탁드려요.

 네, 저는 ‘밀과 보리’를 운영하는 이영성입니다.

‘밀과 보리’라는 이름이 친숙하면서도 정겨운데, 가게 이름을 이렇게 만든 이유나, 이름에 깃든 스토리가 있나요?

처음 우리가 바지락 칼국수하고 보리밥을 팔기 시작했는데, 그때 가게 이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 끝에, 바지락 칼국수는 밀이라는 의미가 들어있고, 보리밥은 말 그대로 보리라 해서, 밀과 보리라고 정겹게, 단순하게 만들었어요.

보리 비빔밥, 곤드레밥 등 모든 메뉴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인데요, 이렇게 정겨운 한식집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도 평상시에 건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고, 손님들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음식을 먹으며 건강을 유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그게 제일 큰 계기였어요.

밀과 보리의 하루 영업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언제 출근해서 재료를 준비하시나요?

재료 준비에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려요. 곤드레밥을 지으려면 곤드레나물을 삶아야 하고, 칼국수 면도 숙성시키고, 다지고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준비하는 과정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더라고요. 보통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해서 밤 12시 정도까지 작업이 계속되는 거 같아요. 실제로 이런 일상이 반복되는 거죠. 일요일은 쉬고, 이렇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메뉴를 보니 건강식에, 굉장히 푸짐하면서도 착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렇게 싼 가격에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직원을 두지 않고, 집사람하고 저하고 둘이 해서, 인건비 절약 때문에 그렇게 된 거 같아요. 또 매일 장을 봐서 그날그날 음식을 소진하기에 가격을 많이 낮출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네요.

남녀노소 모두, 특히 어린아이들도 투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데,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비결이 있을까요? 

정성이라 생각합니다. 집사람이 정성 어린 마음으로 매사에 신경을 쓰고 그렇게 식당 운영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이런 게 비결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밀과 보리의 대표 메뉴는 무엇인지요? 

실제로 바지락 칼국수를 굉장히 많이들 드세요. 왜냐하면, 거기에는 그냥 밀가루만이 아닌 우리 토종 앉은뱅이 밀을 약 40% 정도 섞었어요. 앉은뱅이 밀을 100% 쓰게 되면 매우 비싸서, 일반 밀가루의 한 3~4배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안됩니다. 음식값 7,00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 뭘까 고민해서 앉은뱅이 밀을 40% 섞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바지락과도 건강하게 조합이 되어서 손님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음식이 된 거 같아요. 두 번째는 곤드레밥인데, 평창에 있는 제 친구가 직접 곤드레를 뜯고, 말리고 숙성해서 서울로 올려 보냅니다. 또 한가지는 잘 알다시피 반찬에 화학조미료(MSG)를 아예 안 씁니다. 그래서 그런지 흔히들 얘기하는 속이 편한 음식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곤드레밥
곤드레밥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 칼국수

밀과 보리가 북촌의 대표 맛집으로 거듭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격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손님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맛으로 접근을 할까? 그런 게 고민이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반찬에 당뇨 환자분들이 원하시는 식단도 가능하지 않을까? 곤드레밥에 현미밥이나, 잡곡밥이나 그런 것들을 곁들여서 당뇨 있으신 분들이 왔을 때는 그분들을 위한 식단도 고민해 보고 싶은데, 그런 마음은 크지만, 시간이 너무 안 되고요. 그런 마음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한식을 제공하는 다른 식당들과 다른, 밀과 보리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 집의 음식은 싱겁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짠 음식을 선호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식단에 올리는 음식은 싱거워야 한다는 주의인데, 그래서 집사람한테 요구하는 것도 싱겁게, 짜지 않게, 라고 주문을 하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싱거운 음식이다.” 그게 아마 우리 집이 가질 수 있는. 너무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중간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밀과 보리에서 식사하면서,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메뉴판

 

예를 들어, 곤드레밥 같은 경우는 반찬이 보통 8가지는 나와요. 그걸 보리밥 비벼 먹듯이 조금씩, 조금씩 넣어서 같이 비벼서 드시는 것도 굉장히 맛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저나 집사람은 비벼서 먹습니다. 반찬을 골고루 먹는 것도 좋지만, 다 함께 버무려서 비벼 먹으면 맛있습니다.

밀과 보리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을 듯한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나만 들려주실 수 있나요?

우리 집에 해창막걸리가 있어요. 해남에서 올라오는 막걸리인데, 막걸리 애호가인 제가 생각해볼 때 해창막걸리는 정말 좋은 막걸리라고 생각해요. 합성 감미료가 아예 들어있지 않아요. 이 막걸리를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각 없이 드시다가 나중 얘기를 들어보면 지하철을 그냥 지나쳤다는 등, 핸드폰을 놓고 내렸다는 등, 그 좋은 술을 먹다가 그런 실수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고요, 닭볶음탕이 너무 맛있다고 소문나서 어느 분은 닭볶음탕 먹으려 출근을 하신다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밀과 보리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혹시 있으신가요?

음식 준비하는 주방장님

어렵다기보다는, 기계적으로 계속 반복되는 일이라서 건강 유지를 위한 개인의 몸 관리가 관건인 거 같아요. 저희 집사람도 혼자 주방을 보는 것이 제일 걱정스럽고…. 저 같은 경우는 그래도 화,목,토 3일 정도는 조기축구를 꾸준히 하면서 건강 유지를 하는데, 집사람 같은 경우는 시간이 없는데 그게 걱정이죠. 쉬는 날도 주로 집에 있는 것 같고 해서….

밀과 보리를 운영하면서 이 부분을 더 좋게 해 보고 싶다, 개선해보고 싶다, 이런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다, 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 상태에서 더 개발할 방법을 고민해 보긴 하는데, 일단 제일 부족한 게 주방이 좁아요. 주방이 협소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음식의 아이디어는 많은데 표출하진 못해요. 저와 집사람 둘의 계속된 운영이라서, 다른 음식을 낼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요. 쓸 수 있는 공간이 넓으면 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있어요. 그걸 개발이라고 한다기보다는 응용해서 - 예를 들어 바지락 칼국수를 응용해서 곤드레 칼국수, 이런 것들 - 그런 좋은 아이템도 있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여건이 안 되네요.

가게를 확장하고 싶으신 계획도 있나요?

현재로선 그건 생각을 안 해요. 지금 경기가 너무 안 좋고, 그리고 손님들이 많이 온다고 해서 지금처럼 만족감을 얼마나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것도 고민이 되고요. 현재 상태로 유지하고, 나중에 생각해볼까 해요.

밀과 보리에서 식사하고 들릴 만한(혹은 걸을 만한) 곳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종로의 매력적인 곳을 추천해 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삼청공원이 제일 매력적이에요. 서울 안에서 유일하게 땅을 밟을 수 있는 곳이죠. 뇌출혈 환자들이라던가 이런 분들이 퇴원하고 개인적으로 운동하는 곳이라 알고 있어요. 제가 군대 생활을 종로경찰서에서 했기에 이 지역을 잘 아는데, 삼청공원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물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저도 일 년에 몇 번 밖에 못 올라가는 지경이에요. 실제로 삼청공원이 좋아서 이곳에 터를 잡고 가게를 시작한 거거든요.

감자전

식당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더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가회동 성당을 지을 때 총무를 했어요. 총무를 맡았는데, 성전을 지을 때 집사람이 인부들에게 집밥처럼, 밥을 해 준 거예요. 그땐 가게를 하고 있던 상태가 아니었지만, 인부들에게 밥을 해 주면서, 성당을 잘 짓게 하자라는 신앙적인 마음으로 출발을 했죠. 그래서 저는 새벽에 쌀 씻는 담당, 집사람은 반찬하고 그릇을 저와 같이 나르는 담당. 이렇게 시작을 했죠. 처음에는 이 밥을 3명도 먹고, 4명도 먹고, 많을 때는 20~30명도 먹고 그 정도 수준이었어요. 그렇게 2년간 공사 중에 식사하는 과정에서 인부들이 너무 맛있다, 음식점 해도 되지 않겠냐는 말에 고민하다가, 성전이 지어지고 마무리된 상태에서 음식점을 해보자고 시작한 게 ‘밀과 보리’에요.

가게가 창덕궁, 창경궁과 정말 가까운 위치에 있어요. 꽤 넓은 궁 근처에 있어서 종로의 중심부를 함께 지켜주고 있는데,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이곳 종로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해물파전

일단 저는, “종로가 너무 좋다.” 왜냐하면, 여기저기 다 돌아다녀 봤는데 종로만 한 곳이 없어요. 특히 청계천 넘어서 이 북촌. 옛날부터 그러잖아요. 이 북촌의 지형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거라서 절대 홍수가 없어요. 물이 다 흘러 들어가고, 화강암 암반이라서 물이 다 빠져나가는 곳이라서 너무 좋은 곳이에요. 그래서 종로에서 벗어나기가 싫고, 그래서 좋은 거예요.

어느덧 올해도 11월이 되었습니다. 올해 “밀과 보리” 운영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올해 아니면 내년에?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비전은, 항상 찾아오시는 분들이 “건강하게, 한 끼 맛있게 먹고 갔다.” 그리고 “다음에 또 한번 먹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 수 있게끔 열심히, 정직하게,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보내고, 하는 게 비전 아닌 비전이라 할까요.

사장님께서 우리 '종로마을N' 기사를 읽는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건강한 집입니다. 건강한 밥상으로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고, 음식에는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먹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을 해서, 언제 찾아오셔도 그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믿고 오셔서 드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손님에게 봉사하고 있는 이영성 사장님

소박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있는 곳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들꽃처럼 수수한 곳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가슴 설렐 만한 작은 음식점 ‘밀과 보리’를 찾아 보시길 권한다.

 깊어가는 가을, 맛집 코너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함께 해 주신 이영성 사장님과 소중한 만남에 감사드린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닌, 건강한 재료와 정성이 깃든, 소중한 한 끼를 맛볼 수 있는 “밀과 보리”가 앞으로도 사장님의 말처럼 “언제 찾아오셔도 그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믿고 오셔서 드셔도 되는” 식당으로서 종로에 오래 자리매김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밀과 보리 : 계동 창덕궁11길 32  ℡ 02-747-5145

 

이영재 기자
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