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 편
꽃과 언어
문덕수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사랑의 아포리즘>
사랑의 ‘몸짓’ 또는 ‘스침’
사랑은 어떤 한 존재가 다른 어떤 한 존재와의 인연으로 ‘무엇이’ 되는 것이다. ‘언어’가 ‘나비’가 되고 ‘꿀벌’이 되는 이유는, 그 가운데 사랑의 ‘몸짓’ 또는 ‘스침’이 여린 숨결처럼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소리 없는 바람에도 일렁이는 촛불처럼, 옷깃의 스침이나 찰나적인 눈길의 마주침 하나만으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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