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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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0.10.2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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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우리는 왜 항상 불안할까? 불투명한 미래 때문일까? 충족되지 않는 욕망 때문일까? 태어나 의식이 생기면서부터 삶에 대해 갖는 불안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요즘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노후불안과 노후대책이 무슨 삶의 새로운 목표인 양 사회적 이슈로까지 등장했다. 왜 우리는 불안 없이 인생을 살 수 없을까?

평등사회는 물질의 풍요를 가져왔지만, 비교의 고통을 함께 수반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에서 불안에 대해 사회적인 고찰과 분석을 통해 해부한다. 불안은 평등사회가 불러온 부작용이다. 과거 신분 계급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각자 신분에 맞게 살아갔다. 노예가 왕이 되려고 하지 않았고 왕이 노예가 될 걱정도 하지 않았다. 자기 신분만큼만 생각하며 살기에 그들은 행복했다. 날 때부터 노예인 사람들에게는 노예제도는 편리하고 정당하다.

근대에 이르러 형성된 평등사회는 모두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능력사회가 되면서 남에게 뒤지는 것은 곧 자기의 능력 부족이 되고 그것은 불안으로 연결되었다. 가난은 그 자체가 큰 고통임에도 능력주의 세상에서는 창피함이라는 모욕까지 곁들여져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평등사회는 물질의 풍요를 가져왔지만, 비교의 고통을 함께 수반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와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을 시기하는 게 아니라 나보다 조금 덜 가난한 사람을 시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불평등한 측면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대체로 모든 것이 평등해지면 약간의 차이라도 눈에 띄고 만다. 평등사회가 가져온 불행이다. 사회적 지위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잣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모두가 추구하는 사회적 출세는 사실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것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운, 불안정한 재능, 고용주, 세계 환경, 이런 것들이 나의 출세에 영향을 미치는데 어느 것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출세는 최고 실력자가 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음험한 정치적 기술을 갖는 사람들이 하게 된다.

인생에서의 진짜 가치와 행복을 찾는 것은 나의 인생관과 나의 철학을 갖는 것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그들끼리이런저런 가치와 규범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만족하면서 살아간다. 조금만 뒤에서 보면 그런 것들은 정말 하찮은 것일지도 모른다. 불안은 결국 자기 자신의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데서 오는 감정이다. 물론 사회 속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려면 그 가치관을 무시하고 혼자 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하는 대로 그냥 생각 없이 좇아가는 것은 더 문제가 있다. 불안에 대한 해법은 결국 그 불안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관점과 의식의 문제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느냐 하인으로 사느냐의 문제이고 결국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느냐, 남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말로서 해답을 제시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의 가장 큰 효과는 우리가 어떻게 살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생각하게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덜 의존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출세와 돈이 삶과 죽음의 관점에서 볼 때 결코 행복이 될 수 없으며 사회적 지위도 별 유의미한 것이 아니다. 이 좁은 인간 세상에서 우리가 갖는 불안의 원인은 정말로 가치 없고 쓸데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에서의 진짜 가치와 행복을 찾는 것은 나의 인생관과 나의 철학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구약 전도서의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불안에 대해 결론짓는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게 헛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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