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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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0.08.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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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 한편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 섞이지 않는데,

푸른 물 위에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

 

<사랑의 아포리즘>

 그냥 스쳐가기만 하는데도…

물은 빛을 통과시키기도 하지만 반사하기도 한다. ‘물과 빛은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그렇게 사랑을 나눈다. 그 사랑의 결실이 흰색으로 피어난 수련이다. 수련의 잎은 물과 수위를 조절하고, 수련의 꽃은 빛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고 ‘섬광처럼’ 하얗게 튄다. 물과 빛 사이에 수련이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에 ‘사랑’이 존재한다.

-마음을 서로 섞지 않는데도 그대와 나 사이에 사랑이 싹튼다. 서로 만나지 못하고 그냥 그대 곁을 스쳐 가기만 하는데도 사랑은 어느새 내 가슴에 와서 하나의 꽃으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