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 편
무화과
이은봉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
손가락만큼 파랗게 밀어 올리는
메추리알만큼 동글동글 밀어 올리는
혼신의 사랑……
사람들 몇몇, 입속에서 녹아
약이 될 수 있다면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
열매부터 맺는 저 중년의 生!
바람 불어 흔들리지도 못하는.
<사랑의 아포리즘>
-꽃 피우지 못해도…...
꽃을 피우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스스로 ‘꽃 피우지 못해도’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온몸을 바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혼신의 사랑’으로 누군가의 무엇이 될 수 있다면, 온몸을 ‘밀어 올려’ 푸른 하늘을 마주할 수만 있다면…….
꽃이 화려할수록 그 열매는 보잘것없고, 볼품없는 작은 꽃에 큰 열매가 맺힌다. 진정한 사랑은 타인에게 그 화려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알토란처럼 여물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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