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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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0.08.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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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오랜만에 좋은 철학책을 만났다. 실존주의에 대한 해설서 같은 이 책은 실존주의의 대가들인 사르트르, 보부아르, 하이데거 등의 실존주의적 사상들을 알기 쉽고 때로는 다양한 부언으로 우리에게 실존주의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결국, 사는 것에 대한 성찰인 철학, 그중에서도 실존주의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나의 주체성으로 자유롭게 살자고 외치는 삶의 자유 운동과 같은 철학이다. 따라서 실존주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진정성, 자유의지, 대타존재의 배격 그럼으로써 카르페 디엠을 성취하는 것이다.

대타존재란 무엇인가? 우리 인간은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남의 시선으로 살아간다. 나의 출세와 나의 명예와 나의 부가 결국은 남의 시선과 관계된 것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가치는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현대 사회인의 모습이다. 이러한 가치관, 즉 남의 주관에 나를 오히려 객관화시키는 모습을 이 책에서는 대타존재(對他存在)라고 한다. 타인에 대해서만 존재하는 객체라는 뜻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이 책 말고도 많은 책에서 말하고 있다. 법륜 스님도 자신의 행복이 남의 성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여자의 행복은 남편의 진급, 아들의 성공 등 나의 성취가 아닌 남의 성취에 자신의 행복을 걸고 있는 모습이 현대 우리들의 모습이라면서 자신의 시선과 주체적인 생각으로 살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말한다.

자신의 시선과 주체적인 생각으로 살아야만 한다 

자유의지와 자기 시선으로 산다는 것은 자칫 자기기만 속에 빠지기 쉽다. 스스로 이미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기기만은 실존주의자로 살아가는데 가장 큰 장애다. 자기 위선, 자기합리화와 비슷한 자기기만은 스스로 진정성을 가질 때만 벗어날 수가 있다. 현재를 인정하고 거기에서 긍정하는 자세야말로 자기기만에서 빠져나오는 길이며 세상 밖으로 나올 방법이다.

이 책은 그런 실존주의에 대해 말하다 보니 당연히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적 논법이 등장한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을 써서 읽으면 어렵지 않다. 구구절절 오늘 우리들의 삶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을 느낀다. 결국, 저자는 스스로 실존주의의 신봉자로서 인생의 주체로 살아갈 것을 안내한다. 모든 철학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듯이 실존주의야말로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삶의 태도라고 말한다.

철학책은 읽고 났을 때 기분이 상쾌해지거나 모호해지는 경우 둘 중의 하나다. 이 책은 전자에 속한다. 어려운 철학 용어와 논리들이 등장하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 ‘잘살아보자’라는 데로 귀결된다. 마음 편하게 먹고 미래나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고 겸손하게 살아가자는 것이다.

철학은 곧 삶의 학문이듯 요즘같이 어렵고 복잡한 때일수록 우리는 철학적으로 살아야 한다.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게리 콕스/황소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