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상태바
괭이부리말 아이들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0.07.31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이 책을 읽으면 1960~70년대 그 가난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가난은 우리 세대들 모두 겪었던 일이라 우리에게는 너무나 아프고 눈물겨운 공동의 이야기다.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 얘기, 축구 얘기가 전부라 하듯이 1960년대 초등학교에 다닌 세대들에게 가난이라는 말은 공통의 화제다. 그 세대들은 지금도 만나면 당시의 가난했던 일들을 무슨 자랑인 양 훈장처럼 떠벌리면서 그때를 추억한다. 참으로 가난이라는 것은 추운 겨울날 화롯불에 모여 옹기종기 손을 녹이던 그런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가난은 우리에게 근면을 가르치고 절약을 가르치며 나눔을 알게 해준다

가난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잘 먹고 배부르게 지내던 때보다 더 정겹게 다가온다. 풍요는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들고 오만하고 무례하게 만든다. 가난은 겸손하게 하고 낮은 자세로 일하게 하며 앞으로 채워야 할 것들이 충만하다. 가난은 우리에게 근면을 가르치고 절약을 가르치며 나눔을 알게 해준다.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가를 가르쳐 주는 것도 풍요가 아니라 가난이다. 오히려 가난하게 보낸 유년이 그리워지며 그런 시절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동화의 시대적 배경은 내가 그런 가난을 훨씬 넘어온 후의 세월이라고 생각하는 1990년대 후반이다. 동화 속의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그 당시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던가. 온 나라가 가난했던 1960년대를 지나 이제 국민소득 만 달러가 넘어, 우리 모두 가난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던 1990년대에 그때 그곳에 그런 가난이 있었다. 나를 돌아보면 안정된 직장생활로 경제적 어려움 없이 가족들과 외식을 즐기고, 좋은 구경거리에 몰두하며 이젠 가난이라는 것은 과거의 일이라 여기던 그 시절 동화는 당시의 인천시 동구 만석동 어느 판자촌의 가난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쌍둥이 자매인 숙자, 숙희, 어머니, 옆집의 부모 없는 동수와 동준이 형제, 동수 친구 명환이, 혼자 사는 동네 형 영호, 그리고 영호의 초등학교 여자 친구인 김명희 선생님. 이들이 엮어가는 가난은 눈물겹고 아름답다. 탈선과 반항, 삐뚤어짐과 분노, 그리고 사랑과 가족애가 겹치면서 동화는 가난한 현실 속에서 어김없이 전개된다. 가난이 동반할 수밖에 없는 여러 부작용과 위험 속에서도 결국 동화는 아름답고 따뜻한 미래를 보이면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좋은 동화 한 편을 보고 마음이 훈훈해졌다. 몇 대목에서는 눈물도 울컥한다. 불행은 가지지 못한 자에게만 왜 이리도 잔혹하게 다가오는지. 그런 가운데 그래도 희망은 역시 사람이다. 서로를 껴안고 보듬고 그러면서 희망을 말하는 동화 속의 주인공들은 지금 이 시대에도 우리 주변에는 넘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도 이 동화는 말하고 있다. 가난이 싫어 떠났던 괭이부리말 동네로 명희 선생님은 다시 이사를 온다. 책 속에 그려지는 명희 선생님의 행동이 뻔한 교훈을 가르치거나 희생적이지 않다. 사람이면 누구나 그런 환경 속에서 충분히 김명희 선생님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동화는 이렇게 가난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등장인물 각자의 행동이 과장되거나 작위적이지 않다. 창비에서 나온 좋은 동화책이라는 출판사의 광고문구에 동의하게 한다.

부족함은 삶에 긴장을 느끼게 하고 남을 돌아보게 하고 겸손함을 유지하게 한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의 근거는 도대체 어디인가? 나라님의 존재의미가 무엇인가. 백성이 먹고사는 일에 허덕인다면 그 나라 나라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인가? 가난이라는 것은 모두 힘을 합쳐 물리쳐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가진 자의 욕심이 더 많은 가난을 만들어 낸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동화에서는 그런 생각을 김명희 선생님을 통해 세 번 비친다. 좋은 선생님이란 형편 좋은 아이들을 데리고 안전하게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보면서 깨닫게 되고 혼자서만 높이 올라가려고 발버둥 치지 않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다음에 좋은 아빠가 되고 듬직한 형이 되고 착한 사람이 되겠다는 아이들의 희망이 시시하고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모두 돈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돈에서 배워야 한다. 가난이 미덕일 순 없지만, 부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아니다. 부족함은 삶에 긴장을 느끼게 하고 남을 돌아보게 하고 겸손함을 유지하게 한다.

좋은 동화는 사실 어린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더 봐야 한다. 이 책도 그렇다.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