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 편
기차는 간다
허수경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사랑의 아포리즘>
사랑의 기차 여행
나는 남고 그대는 간다. ‘기차가 가는’ 속도로 점점 멀어지는 그대와의 거리 때문에 그리움은 쌓인다. ‘밤꽃’이 진 가지에 빈 ‘꽃자리’만 남는 것처럼, 그대를 떠나보낸 내 마음에도 빈자리만 남는다. 그대가 떠난 뒤에야 비로소 내 몸이 그대와 ‘닮아 있음’을 깨닫기 때문에 마음의 빈자리에 더욱 그리움만 쌓인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탄 기차 여행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 사람이 간이역에서 내려,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나는 다른 한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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