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홧가루 날리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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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홧가루 날리는 계절
  • 박원 작가
  • 승인 2020.05.25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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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눈 먼 처녀에게 찾아온 잔인한 사월

송화
송화

 

     윤사월

                    박목월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찾아오는 이 없는 산지기 외딴집, 외롭고 눈먼 처녀에게도 잔인한 사월은 찾아왔습니다.

그녀가 문설주에 기대고 엿듣는 건 뭘까요.

어느 젊은이가 찾아주길 기다리겠지요. 그러나 독자의 기대엔 이미 가당찮은 일이고.

그래도 꾀꼬리는 처녀의 기대를 키위주고 있네요. 그녀는 들을 수 있으니까요.

이게 눈먼 처녀에게만 해당하는 일일까요.

우리 모두의 절망과 기대라는 보편적 상황을 산속 외딴집 눈먼 처녀에게로 전이시키고 있네요. 어쨌든 송홧가루 날리는 윤사월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혹시 꾀꼬리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치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