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필(重隨筆)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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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필(重隨筆)은
  • 지호원 작가
  • 승인 2020.05.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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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원 작가의 글쓰기 강좌(25)
법정 스님

 

무거울 중자를 쓰는 중수필(重隨筆)은 사회 문제와 같은 무거운 내용을 소재로 해서 논리적이고 사색적으로 쓴 수필이다. 글쓴이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사회적인 경험, 즉 사회 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어서 읽으면 왠지 묵직함이 느껴진다. 중수필의 특징은 철학적이고 객관적이며 논리적이고, 그 내용도 글쓴이의 경험보다 생각과 의견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문장도 무겁고 딱딱한 편이다.

중수필의 예로 법정 스님이 쓴 〈먹어서 죽는다〉의 일부를 조금만 읽어 보자.

‘현재 미국에서 사용하는 제초제의 80%가 옥수수와 콩에 살포된다고 한다. 말 못하는 짐승들이 이런 곡식들을 먹으면, 그 제초제가 동물의 몸에 축적되고, 수입 쇠고기를 먹는 이 땅의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옮겨진다.

미국 학술원의 국립 조사 위원회에 따르면, 제초제에 오염된 가축 중에서 소가 제1위이고, 살충제(농작물이나 가축에 해가 되는 벌레를 죽이는 약) 오염으로는 제2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쇠고기에 남아 있는 제초제와 살충제로 인해 발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리프킨의 글을 읽으면서, 육식 위주의 요즈음 우리 식생활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태로운 먹거리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되돌아본다. 그의 글은 일찍이 우리가 농경 사회에서 익혀 온 식생활이 더없이 이상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고 있다. 우리는 그릇되게 먹어서 죽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 법정 -

 

법정 스님의 수필은 대부분 주제가 분명하고 비판적이며 논리적이다. 이 수필 역시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갖는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중수필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