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부부관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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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부부관계를 위하여
  • 예현숙 박사
  • 승인 2019.10.3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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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전문가 예현숙 박사의 부부 이야기

지난번 이야기를 이어서 계속하겠습니다. ‘결혼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날마다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을 해 드렸죠. 이를 위해서 첫 번째 할 일이 ‘이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고, 이는 상대에게서 비난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마음을 여는 전환적인 태도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스스로에 대하여서는 ‘나는 진주처럼 귀하다’라고 생각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상대를 비난하면서 자신을 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검사를 해 보면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결과 피해의식이 있기도 해서 아내가 ‘나를 예뻐해 달라’는 말을 못 알아듣고, 자기 열등감에 빠져서 아내에게 태클을 계속 걸면서 힘들어하는 남편도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정말 중요한 것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어찌하여 열등의식에 빠지고, 자존감이 낮아서 그렇게 고생을 하는 것일까요? 이 문제는 나중에 다뤄보기로 하겠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폴 투르니에 박사(이후 투르니에라고 호칭)는 소위 ‘성격 차이’라는 것은 이혼소송을 맡은 변호사들이 만들어낸 근거 없는 미신에 불과하다고 단호하게 말을 했습니다. 저 역시 이 말에 동의합니다. 성격 차이가 없으면 서로에게 정말 매력 없는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너무나 피곤하시다고요? 투르니에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성격 차이란 없는 것이고, 다만 오해와 실수만이 있는 것이라고 그는 단언하고 있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그런 것들은 얼마든지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제가 이 말을 이렇게 옮겨 보겠습니다. 그 의지라는 것은 상대에 대해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상대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란 상대에 대하여 무조건 신뢰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부부 사이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흔한 잘못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투르니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그것은 부부가 서로에게 완전하게 마음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고, 이런 상태에서 진정한 이해는 불가능한 것이겠지요. 부부는 오랫동안 각각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함께 살아가는 관계이므로 차이가 있기 마련이고, 그 결과 갈등 또한 있기 마련입니다. 갈등이 없길 바라는 것은 잘못된 기대입니다. 갈등이 있지만,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두 사람의 태도에 달려있습니다. 부부가 서로 언제나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용기가 있다면 틀림없이 풍요로운 결혼생활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부부가 서로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생각, 개인적인 반응을 일부 숨기고 있으면서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배우자와 의논하고 있다는 사람도 어떤 주제에 대해서 배우자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그런 것은 배우자에게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배우자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배우자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논쟁을 피하고 싶다는 말이겠지요. 이렇게 부부들이 평화롭게 지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서로를 진정 이해하는 일들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과 자기들의 감정이 개입되는 문제를 옆으로 제쳐놓기도 합니다. 이는 정직한 부부관계라고 할 수가 없고, 부부관계를 흐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부는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부부는 적당하게 두 사람이 동거하는 것이 아니고, 온전히 하나가 되어가는 훈련을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만이 거기에서 풍요로운 결혼생활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