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6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함박눈 함박눈 함박눈 김선태 딱 한 번뿐인 사람그만,산모퉁이 돌아가신털썩, 세상 어둠 주저앉는데밭둑 너머 폭죽처럼 터지던 그리움목화송이,환한 눈물로 길을 밝히던 것을딱 한 번뿐인 사랑 차마, 울며 다녀가신 뒤 철컥, 문고리 녹슬게 걸어 잠근 마음의 빈 방 봉창을 쓰러질 듯 찾아오시는 눈발 목화송이, 아 의미 있는 눈빛이 되어‘사랑은 곧 그리움이다’라는 은유가 가능해지는 것은, 사랑이 와서 오래 머물지 않고 속절없이 떠나가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냥 떠나지 않는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발자취의 여운을 남기고, ‘울며 다녀’가는 사랑의 아포리즘 | 엄광용 작가 | 2019-11-20 11:06 만리성 만리성 만리성 김소월 밤마다 밤마다 온 하룻밤 쌓았다 헐었다 긴 만리성! 사랑의 느낌표(!)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하룻밤’에 ‘긴 만리성’을 ‘쌓았다 헐었다’ 한다.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하룻밤이 천년 같고, 천만리 머나먼 길도 한달음에 갈 수 있는 거리다.‘긴 만리성’에 찍힌 느낌표(!)가 비수처럼 심장에 꽂힌다. 사랑의 가슴앓이가 시작되는첫 신호다. -사랑은 서로에 대하여 깊이 느끼는 것이다.그대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 그 느낌표(!)가,상대의 얼굴에는 진한 눈물 자국(!)으로 남는다. 사랑의 아포리즘 | 엄광용 작가 | 2019-11-08 12:09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이성복 사랑은 사랑하는사람 속에 있지 않다사람이 사랑 속에서사랑하는 것이다목 좁은 꽃병에간신히 끼여 들어온 꽃대궁이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사랑은 소유물이 아니다사랑의 그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다. 사랑이 소유물로 전락할 때 그 사랑은 시들기 시작한다. 마치 ‘목 좁은 꽃병’ 속에 꽂아 놓은 꽃처럼. 그러나 아무리 사랑을 소유하려고 한다 해도, 그 사랑은 끝내 누구의 소유물이 되지 않는다. 나는 사랑을 가두려고 하지만, 사랑은 날개 달린 새처럼 어느 순간 사랑의 아포리즘 | 엄광용 작가 | 2019-11-01 12:37 강 강 강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나는 강을 만들었다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 보냈고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울음은 강을 만들었다너에게 가려고 ▶사랑의 아포리즘 이쪽과 저쪽의 만남사랑은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것이다. 이쪽과 저쪽을 만나게 해주는 것, 그것은 곧 강이다. 나의 울음이 강을 만들고, 그 강이 그대에게로 흘러가 우리를 하나 되게 한다. 이쪽과 저쪽이 하나로 만나는 강물처럼, 그대와 나 눈발로 만나 한 울음으로 겹쳐진다.사랑은 멀리 있는 그대와 나를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물이다. 강물이 이 사랑의 아포리즘 | 엄광용 작가 | 2019-10-12 18:01 조그만 사랑노래 조그만 사랑노래 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여기저기서 어린 날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성긴 눈 날린다.땅 어디에 내려앉지도 못하고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허공을 맴도는 이유 땅과 하늘 사이에 사랑이 있다. 사랑이 어느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허공을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늘로 돌아갈 수도 없고 땅으로 떨어질 수도 없는 ‘몇 송이 사랑의 아포리즘 | 엄광용 작가 | 2019-09-23 20:50 처음처음이전이전1234끝끝